영감의 순간



할머니와 종종 택시를 타곤 했다. 춘천 효자동이란 곳에 살았다. 택시를 타기 위해서는 아직 있는지 모를 효제국민학교 행길까지 걸어 나와야 했다.

 

어디를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는지 기억할 수는 없다.

 

몇 번을 말해주어도 할머니는 택시와 승용차를 구분하지 못했다. 차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 차가 앞으로 지나가기만 해도, 택시냐-고 묻던 할머니. “차 위에 뭐가 붙어있으면 택시이고, 안 붙어있으면 그냥 자동차야.”

 

-저거이 택시냐잉?

 

믿거나 말거나 할머니가 난생 처음으로 택시를 탄 건, 내가 태어난 소식을 듣고 새벽에 병원에 가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2010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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