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주택에서 살 때인데 우리는 대가족에 속하는 6명이었고 식사를 한 테이블에서 함께 할 때가 많았다.
나는 보리밥보다는 쌀밥을 좋아하고 지금도 그렇다. 건강의 이유로 보고 들은 바가 있어 흑미나 현미같은 잡곡을 섞기도 하지만, 배가 너무 고플 때에 가장 생각나는 놈은 하얗고 윤기가 흐르는 쌀밥이다. 식구들이 그날 모여 식사를 할 때엔 보리밥이 나왔는데 나는 밥을 안 먹겠다고 했다. 내가 -보리밥이 싫어서 안먹어-라고 했는지 아니면 -배 안고파 안먹어-라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중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최소한 보리밥을 언급했던 게 생각난다. 강인한 성격은 못 되는지 아무튼 그렇게 삐죽대며 나는 식탁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그래 그럼 먹지마-라고 나오는 가족...
엄마가 화방을 할 때 내가 화방에 놀러가면 아빠나 누나가 중간에 합류하여 함께 퇴근할 때가 종종 있었다. 엄마의 화방은 요선동이라고 동네로 인성병원이라는 큰 병원 앞이었고, 춘천에 있던 유일한 화방 3개가 모여있는 곳이었다. 아버지의 회사는 같은 동네로 당시 연합통신 건물은 3층에 있던 걸로 기억한다.
아버지는 곱창을 먹으러 가자고 했고 나는 -곱창이 너무 징그러워서 안 먹는다고 했다. 그래도 어쨌든 곱창집에 갔고 난 오기로 그랬는지 안 먹었던 게 생각난다.
지금 생각에 이 보리밥과 곱창은 참 재밌는 화두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음식이나 소재는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사건을 통해 나는 응석을 부려도 썩 효과가 없다는 걸 경험하게 되었고, 그 다음부터는 닥치는 대로 열심히 먹어서
지금의 이 건강한 외모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게다.
2010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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