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순간



고두심 씨는 연기를 참 잘한다.

 

그런 고두심 씨를 본 적이 있다. 아버지 장례를 치르는 중이었는데, 신촌 세브란스 병원이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첫 날이었던 것 같은데 아직 친척들도 오지 않고 어수선하였다. 밤 열두시나 되었을까 고두심 씨가 당황스런 얼굴로 문상을 오셨는데, 우리 옆 장례식장의 성씨가 <>씨인 것으로 봐서는 가까운 친인척이었나 보다.

 

그 경황 없음에도 속으로는 고두심을 봤다는 게 어찌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그 때에 난 서울에 와본 기억을 손 꼽을 정도의 촌놈이었으니 말이다.

 

요즘 TV에서 고두심 씨를 보면, 어머니 역할이 더욱 잘 어울리고 연기도 더 맛깔스럽다. 그리고 고두심 씨를 기억하는 슬픈 얼굴의 한 꼬마가 떠오른다.

'출판 원고 > 육림공원 원숭이 (1995)'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와 인생 공부  (0) 2010.07.24
쑥쓰러웠던 1985년, 포카리스웨트와 벌  (0) 2010.07.24
꽃가루 病과 삭발  (0) 2010.06.27
별난 떡볶이  (0) 2010.05.16
롤러 스케이트  (0) 2010.05.16
이젤  (0) 2010.04.24
홍익대학교  (0) 2010.04.24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