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순간



국민학교 저학년 때에 학교에서 강제로 적금을 붓게 했던 기억이 있다. 이유는 저축 습관의 교육이었을 것이다. 나는 4학년을 마치고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돈을 다 주었던 것 같다.

그 돈으로 나는 몰래 롤러 스케이트를 샀다. 그리고는 동네를 혼자 돌아다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아버지 차가 나를 뒤쫓고 있었다. 아버지는 뒤뚱거리며 타고 있는 내가 재밌었는지 차를 천천히 몰며 동네길로 나를 계속 따라오고 있던 게다.

결국 어디서 났냐는 말에 나는 친구에게 빌렸다고 거짓말 했고, 롤러스케이트는 조금 타다가 만 기억이 있다. 내 거짓말에 많은 어른들이 별 말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다 알면서도 모른 척 해준 것이다. 내가 거짓말을 친 그 때마다 나를 나무랐다면 신경질적인 성격으로 자랐을 거라 생각해본다.

이젠 추억의 롤러 스케이트장도 없어서, 나는 인라인을 샀지만, 그 역시 잘 타지 않게 된다.

- 2010년 5월 16일 산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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