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주놀이와 허벅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출판원고-저수지/추억 v.1 (1979-1995)] - 계주놀이와 허벅지
계주놀이와 허벅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당시에 나는 타고난 허벅지와 후천적 계주놀이로 인해 달리기를 아주 잘 했다. 운동회를 하면 반마다 계주를 한 명 또는 두 명씩 뽑곤 했는데, 우리 반에서는 계주하면 나였다.
내가 처음 다녔던 효제국민학교에는 육상부가 있었다. 나는 육상부는 아니었지만 달리기에 대해선 자부심이 있었는데, 어느 날 홍천에서 한 친구가 전학을 오게 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친구는 육상을 잘 해서 춘천으로 유학을 온 친구라 한다. 그래서 나는 학교가 파하자 마자 친구들을 몰고 가, 야 너 육상부 때문에 온 거라며- 나랑 달리기 시합하자,라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운동장이 좁다 보니 100미터가 되지 않아, 우리는 운동장을 대각선으로 가로 지르는 참신한 트랙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친구들이 준비- 땅!
결과는 나의 승이었다. 중간쯤부터 가속이 붙자 그 친구는 뒤로 점점 쳐지더니 한참이나 뒤떨어졌다. 뭐 어쨌든 나는 승자답게 거들먹거렸던 것 같다.
지금 그 친구는 국가 대표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살이 쪄서 10분만 조깅해도 숨을 헐떡이는데 말이다.
혹시나 지나가다 마주쳐도 제발, 그 친구가 날 알아보고는 내 몸매를 훑어 보는 일이 없길.
2010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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