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 page

국민학교 4학년 때, 친구들 소개로 인해 영어를 배우러 다녔다. 강원도 춘천은 시내 한 가운데에 Camp page라는 미군부대가 있었다. 내 친구는 아버지가 고등학교 선생님, 어머니께서 부동산 업자셨다. 아들 교육에 관심이 많으셨는지 수소문 끝에 미군부대 내 미군병사를 연결해서 주말이면 과외를 시켰다. 나는 덩달아 영어를 배우러 다녔지만 사실 영어에 대해 배운 건 없었다. 나는 당시 A,B,C,D도 몰랐는데.

 

내가 최초로 “구사”했던 영어가 있는데, 아직도 기억난다.

 

미군병사의 방에 들어가서 친구들과 노는데 농구 그림을 그려놓고는 BAS___ BALL 이라고 쓰면, 그 빈칸을 우리가 채우는 따위의 교육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으므로 마냥 신기하게 쳐다보기만 하다가, 그가 언제 미국 집에 돌아가는 지 궁금해서 이렇게 물었다.

 

(한국지도를 그린다. 미국지도를 그린다.) You! (라고 말하며 한국을 짚는다) 슈~웅 (하며 비행기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듯한 마임을 한다) 아메리카 홈 (이라고 말하며 미국 지도를 짚는다)

 

그는 알았다는 듯이 끄덕였고 뭐라고 말을 했지만,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곧 미쿡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 거야, 라고 말했던 것 같다.

 

또 하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는 Camp page 내 휴게소에 우리를 종종 데려가곤 했는데, 거기엔 당구대와 각종 게임기구, 스넥 바가 있었다. 한번은 그가 햄버거를 사주었는데 그 맛은 환상적이었다. 아마도 지금의 버거킹과 맛이 비슷했던 것 같다. 당시 내 고향엔 맥도널드가 (롯데리아도 뭐도) 들어오기 전이라서 은박지로 싼 수제 햄버거를 최고의 햄버거로 치던 때다.

 

그 다음부터 우리는 틈만 나면 그 햄버거를 먹기 위해 잔머리를 굴렸고, 나중엔 그 매점 위치를 알아 두어서 우리가 먼저 그쪽으로 걸어가곤 했다. 그런데 미군 병사도 짜증이 났을까, 어느 날 우리가 매점에 앉았더니 그가 한 한마디가 한다. 희한하게도, 정확한 억양까지 기억에 남는다.

 

“I have no money today.”

 

그랬다. 맨날 얻어먹으려고 하는 코리아 꼬맹이들이 싫었던 게다. 그리고 그게 그 미군병사와의 마지막 수업이었던 것 같다. 미안해 양키. 그래도 쪼꼬렛 달라고는 안 했잖아?

 

2010년 11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