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순간



회사 재무팀에서 갑자기 전산팀으로 발령받는다. 6개월이 지나자 물류팀이 새로 생겼다고 그쪽 프로젝트로 합류하라고 한다. 3개월이 지나자 갑자기 누가 그만뒀다고 와서 그 자리를 매워달라고 한다.

 

이 일 저 일에 불려다니고 존재감 없이 휘둘리는 사람이 한둘이랴.

 

이렇게 조직에서 휘둘리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조직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겉돈다. 그 방황을 계기로 새로운 삶에 눈 뜬다면 정말 잘 된 일이다. 문제는 그런 직장 생활이 지속되면 인생에서도 휘둘리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휘둘리는 이유는 퍼스널 브랜드 때문이다. 일을 못해서가 아니다. 회식에서 부장님 노래할 때 탬버린을 안 쳐서가 아니다. 야근을 안 해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퍼스널 브랜드는 직장에서도 가능하다. 퍼스널 브랜드가 잘 구축되면 직장을 뚫고 나와 평생 먹거리가 된다.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기사 "How to Build Your Personal Brand at Work"를 읽고 주관적으로 각색한 결과물이다.

 

퍼스널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한 3단계 방법

 

퍼스널 브랜드를 구축한다는 것은 종이에 계획을 적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계획하고, 실행하고, 그 결과가 남에게 가 닿는 과정을 모두 포함한다.

 

 

1단계. 나의 퍼스널 브랜드를 정의해라. (말이야 쉽지...)

 

퍼스널 브랜드는 세 가지의 조합이다. 고유성, 목적, 기능. 이는 기업의 브랜드 전략과도 무척 닮았다. (나는 실무와 이론을 다양하게 경험한 글로벌 브랜드 전략가 출신이고 4개 국적으로 이루어진 팀에서 10여 개 브랜드를 리드했다)

 

 

요소#1 고유성

 

핵심 질문: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독특한 점은 무엇인가. 군중 안에서 나를 구분하는 특징은 무엇인가.

 

본질 : 마케팅 용어인 '포지셔닝'과 비슷하다. 나는 무엇이 다른가라는 말은 흔한 말로 차별점과 비슷하다. 말하자면 시장의 고만고만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나라는 사람의 다른 점을 어필하려는 의도이다.

 

흔한 실수 :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유성 확보에 실패한다. 내가 보기엔 '차별화'라는 말 때문인 것 같다. 초보 브랜드 매니저들을 수 차례 목격해도 증상은 마찬가지다. 그러니 마케팅을 공부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에겐 더 혼란스러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내가 목격한 대부분의 실수는 이렇다. 1) 자신에게 경쟁력 있는 차별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2) 책상에 앉아서 그럴 듯하고 이상적인 차별점을 꾸며낸다. 3) 그러나 그것은 차별점이 아니라 즉흥적인 공상으로 밝혀진다.

 

대안 : 차별점을 어렵게 생각하면 꾸며내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차별점이라는 말은 잊길 제안한다. 대신 고유성이라는 말로 바꿔보자. 누구나 고유함을 갖고 있다. 차별점이란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꾸며내고 싶어서 근질근질한 것 같다. 내게 없는 것을 꾸며내지 말고, 이미 내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 내자. 이미 내게 있는 것, 그래서 증거를 댈 수 있고, 주변 친구들이 인정할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마작가의 예시 : 나는 강원도 출신이고, 전략을 전공했으며, 예술을 사랑하고, 집단의 분위기를 잘 이끈다는 평을 갖고 있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특별할 것 없지만, 이런 조합이 나를 독특하게 포지셔닝했다. 나는 순박했지만 일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논쟁에 참여했다. 일할 때엔 냉정하기 위해 노력했지만(논리), 일이 끝나면 뒷풀이를 늘 이끄는 역할이 주어졌다(감정). 해외에서 A급 손님들이 오면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내 일이었고, 경영진의 신뢰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 비슷한 일이 있으면 늘 떠오르는 사람,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 기대 이상으로 하는 사람이 (직장에서의) 나였다. (곧 고과, 승진, 연봉으로 이어지는...). 내게 없는 것을 꾸며낸 게 아니다. 당신이 갖고 있는 독특한 점은 무엇인가.

 

남과 다른 점을 생각하되, 없는 것을 꾸며내지 마라.

 

 

요소#2 삶의 목적

 

핵심 질문: 나는 왜 사나. 나는 무엇을 위해 사나. 내가 돕고 싶은 사회적 이슈나 어려운 이웃은 누구인가.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본질 : 코카콜라는 설탕물이 아니다. 나이키는 신발 공장이 아니다. 애플은 컴퓨터 회사가 아니다. 위대한 브랜드는 그 이상의 의도를 갖고 있다. 그처럼 개인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단백질과 무기질로 이루어진 포유류 그 이상이다. 그것이 무엇인가는 결국 삶의 철학, 삶의 의미, 그리고 삶의 목적에 대한 질문이다. 사람들은 장사꾼과 엮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나를 팔더라도 더 큰 목적 의식을 가진 사람과 우리는 친구가 되고 싶다. 나는 내 책을 팔려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결론적으로 그렇게 될지는 몰라도). 나는 인생2막을 사는 사람들이 퇴사와 방황을 잘 헤쳐나가기 바라는 목적을 위해 이 글을 쓴다.

 

흔한 실수와 대안 : 1) 삶의 목적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일 필요는 없다. 아주 작더라도 솔직하고 선한 의도가 드러나면 된다. 최근에 했던 유튜브 라이브에서 소개한 것처럼 "경력단절된 워킹맘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왜냐면 제가 너무 힘들었거든요."와 같은 스토리텔링이 있다. 2) "내겐 삶의 목적이 없는데요. 그런 게 있어야 해요?" ⇨ 빅터 프랭클 "삶의 의미를 찾아서"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어라. 세계적인 멘토들이 가장 많이 꼽는 책이고, 나도 그렇다.

 

우리는 침팬지와 98%이상 같은 DNA를 갖고 있지만 개개인이 그 이상의 존재다. 그 증거는 삶의 목적이 상당 부분 매워준다.

 

삶의 의미를 찾아서저자빅토르 E. 프랑클출판청아출판사발매2017.12.15.

 

 

 

요소#3 기능(전문성)

 

핵심 질문: 내가 남에게(회사에게) 제공하는 기능은 무엇인가.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가. 남들은 못하는데 내가 손쉽게 해줄 수 있는 건 뭔가. 부품으로 치면 나는 어떤 부품인가.

 

흔한 실수 : 앞에서 말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사나"같은 질문은 기능의 형태로 전달되지 않으면 한낱 헛소리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우리는 실제로 남에게 뭔가를 제공해야 한다. 편리함, 안락함, 또는 더 빠른 일처리, 더 확실한 결과물 등. 정치인을 보자. "자기가 누구인지",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말하길 좋아하지만 결국 결과로 보여주지 않으면 우리는 그 사람을 사기꾼이라 즐겨 부르게 될 것이다. "자신이 역경 속에서도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왔는지", "피아노로 사람들의 삶에 위로가 되고 싶다"고 말해도 피아노 실력이 엉망이면...

 

대안 : 결국 나는 어떤 시장에 속하는지 생각해보자. 시장에 속하지 않으면 돈이라는 가치와 교환될 수 없다. "나는 세상에 없는 시장에 존재해", "내가 시장을 여는 거야"라는 생각은 실패하는 사업가의 전형적인 착각이다. 일단 어떤 시장이든 속해 있어야 한다.

 

마작가의 예시 : 내 책 "방황하는 사람은 특별하다"를 보면 인간의 욕구에 대한 지도를 설명해놓았다. 그중에 나는 이런 욕구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 자기계발에 대한 앞서가는 트렌드와 정보 제공 2) 독립을 위한 경제적 도구를 알기 쉽게 설명 3)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희망과 사례 제공 4) 속물적인 세상에서 조금은 더 정신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모으고 서로 소통하며 공감과 소속감 그리고 위로를 제공. 이런 욕구에 대한 시장은 이렇다. 1) 자기계발 도서 시장 2) 자기계발 강연 시장 3) 온라인 강의 시장 4) 컨설팅 시장.

 

 

1단계 요약: 위의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조합해, 한두 문장으로 나타내 보라. (예시)

 

1. 고유성.

 

나는 OOO 출신/배경/성향으로 OOO 같은 독특하고 고유한 경험과 배경을 갖고 있다. (스토리텔링 가미: 그리고 그 과정에서 OOO와 같은 고난을 통해 OOO 같은 독특한 성과와 인사이트를 갖게 되었다)

 

2. 목적

 

위의 과정에서 나는 OOO한 사람들을 돕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OOO를 위한 OOO를 위해 살고 싶다.

 

3. 기능

 

위의 OOO한 사람들이 OOO하게 살 수 있도록, 나는 OOO의 기술을 갖고 그들의 삶을 돕고 있다. OOO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2단계. 일을 해서 결과를 내라

 

우리는 회사 안에서 퍼스널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1단계에서 정의한 퍼스널 브랜드를 회사 안에서 해볼 수 있다. 특히 큰 회사는 벌이는 일이 많지 않은가? 작은 회사라면 특정 기술의 대명사가 될 수도 있다. 그 일을 찾아서 자원하거나, 프로젝트를 만들거나, 기존의 프로젝트 방향을 자신의 분야로 재해석해라. 그리고 결과를 내라. 회사 안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해라. ("와, 저 친구가 저런 데에 관심이 많았구나. 거의 전문가 급인데. 의외인데 진짜 잘하네.")

 

대부분 자신에 대한 그럴 듯한 퍼스널 브랜드를 만들었더라도 결과를 내는 데에 실패한다. 시도하고 실패하고 보완하는 과정의 반복이야말로 훌륭한 브랜드의 숙명이다.

 

 

3단계.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해라

 

회사 내에서 혹은 개인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라. 만들기 어려우면 관련 뉴스나 트렌드를 계속 공유하고 리포스팅 해라. 직장 내에서, 어떤 분야! 라고 했을 때 당신이 가장 먼저 떠오르도록 하라.

 

이런 소문이 회사 밖으로 퍼지는 것을 무서워 하지 마라. 왜냐면 그 소문이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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