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순간



무엇이 성공을 만드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성공이 무엇이냐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는 책 한 권도 모자랄 것 같다. 철학과 경영학의 역사가 모두 성공은 무엇이냐에 대한 이야기도 도배가 되어 있다. 성공은 자신이 정의하는 것이다. 전략에서의 성공은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동시에 올바른 포지셔닝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다른 장에서 이야기했던 KPI는 성공을 어떻게 정의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공이 어떤 모습일지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리더의 비전이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플래닝 초반에 what success will look like 라는 질문을 주제로 꽤 많은 시간을 대화에 투자한다. 이른바 아이디에이션 ideation 이다. 

그 다음이 how do you measure success 다. 이 책의 다른 장에서 좋은 KPI 의 요건에 대해 언급했다: 쉬울 것, 데이터가 계속 일관적일 것, 행동할 수 있을 것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질일 것. 

무엇이 성공을 만드는지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언제 어디서나 성공하는 방법 말할 수는 없다. 성공은 각각의 정의에 따라 수십 수만 개의 성공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운이라고 부르는 확률게임에 의해서 성공하거나 실패하기도 한다. 단지 우리는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되는지를 통제할 수 있을 뿐이다. 전략적으로 - 즉 논리적이고 의도적으로 결과를 예측하면서 한 걸음씩 다가가는 항해사의 심정으로.  무엇이 성공을 만드는가, 라는 질문은 성공이 무엇이냐의 이야기도 아니고, 어떻게 하면 성공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성공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전략적 시각에 대한 주제이다. 

전략적인 대화에서 필수불가결한 주제는 성공이다. 쉬운 말로는 목적 혹은 목표의 달성이다. 그런데 그 성공에 대한 레시피는 좀처럼 다루지 않고 지나칠 때가 많다. 무슨 말이냐면 목표가 정해지면 바로 액션이 나온다는 말이다. 실행 위주의 사고방식이다. 특히 경험이 많은 실무자들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실수다. 머릿속에 이미 오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림이 그려져 있기 때문인데, 거꾸로 이야기하면 타성에 젖어서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표가 그것이라구요? 아하,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이런 활동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에 따른 헛다리 짚는 KPI들과 예산과 타임라인.

<그것이 확실한가?>

<그럼요. 제가 이 바닥에서 15년이고, 이 일만 10년째이고, 다른 것들은 다 해봤는데 안 되더라구요.>

이 사이의 논리적 비약을 감지했는지 모르겠다. 

논리적으로 풀어보자면 바람직한 대화의 모습은 이렇다. 

<1. 목표는 ‘ㄱ’이다. 2. ’ㄱ’이 성공하기 위한 요건은 ‘가’,’나’,’다’이다. (Stakeholder 간 동의를 사전에 구하고) 3. 그러므로 우리의 실행 계획 initiatives 는 ‘가’를 위해 ‘a’,’b’,’c' ‘나’를 위해 ‘d’, 그리고 ‘다’는 현단계에서는 생략하고 6개월 후 재검토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2번의 논리적 연결고리가 빠진채 결론을 논의한다. 일방적인 결론은 논의해봤자 전략적 대화가 될 수 없다. 내 경험상 이렇다, 저건 비싸다는 식의 주먹구구식 토론이 될 확률이 높다. 만약 누군가가 미팅 중간에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무엇이 이 목표를 가능하게 할까요. 거기에 대해 먼저 동의를 하고 그 다음에 실행방안을 논의하면 어떨까 합니다.>  

누군가가 <지금 실행 계획들이 다 목표를 가려고 하는 이야기인데 무슨 소리입니까.> 라고 말할 지 모르겠다. 우리가 논리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성공의 구성요소>다. 구성요소는 하나의 개념으로 단순하고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MECE 원칙도 적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여기 애플워치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모두 애플의 직원이다. 지금은 2014년이고 애플워치 발매가 1년 남았다. 우리의 목적은 소비자들이 애플워치를 사용해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것이고, 단기 목표는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user interface 를 개발하는 것이다. Fitbit 에서 이직한 10년차 개발자가 말한다. <아 이건 내가 많이 해봤어요. 건강하면 걷고 뛰기죠. 그러니까 얼마나 움직인 거리와 걸음수를 표시하는 게 안전합니다. 건강에 그거 말고 뭐가 있겠어요. 그리고 자신이 원하면 수영이나 근력운동도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게 열어두는 거죠.>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누군가는 자신은 요가를 넣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다른 팀원은 심장박동수를 넣자고 한다. 최대심박수의 60%가 넘은 시간이 10분 이상 지속되어야 건강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요지다. 대화는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개발 총괄 디렉터는 여러 가지 옵션이 뒤섞인 제안서를 받아들고 책임자를 부른다. 한숨. 그리고 말한다.

<무엇이 건강을 만들죠.>

책임자는 머리가 멍해진다. <건강은 여러 가지로 정의가 가능합니다. 다만 요새 가장 사람들이 즐겨하는 운동목록과 상식에 의거해서…>

<제가 보기엔 우리 개발팀 사람들의 개인적인 선호도를 취합한 리스트로 보이느데요.>

책임자는 뭔가가 빠졌다는 걸 눈치챘지만 그게 뭔지 잘 와닿지 않는다. 디렉터는 건강을 만드는 핵심 구성요소를 먼저 뽑아보라고 제안한다. 그리고 역으로 그 요소들이 다 구성되면 정말 건강해지는 건지도 MECE로 체크해볼 것을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해 요소는 3가지로 압축할 것.

상상이긴 하지만 나는 애플워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보고 이런 과정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건강을 이루는 세 가지 핵심요소를 현실적으로 잘 풀어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랜드를 놓치지 않았다.

사진에서 보면 애플이 건강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건강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거꾸로 무엇이 건강을 만드는가. 

첫째 충분히 서있을 것. 글로벌에서는 <sedentary lifestyle>에 대한 고찰이 꾸준하다. 현대인들의 오래 앉아 있는 삶이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서서 일하는 책상이 유행할 정도로 충분히 서있는 것은 건강의 척도이며 활발함의 척도이다. 하루 12시간 이상 서있을 것을 애플은 제안한다. 

둘째 충분한 운동시간. 애플은 운동을 활발히 걷기 또는 심박수를 꾸준히 올리는 어떤 활동으로 정의한다. 사이클, 요가, 뛰기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충분히 포괄적으로 모든 운동을 포함하는 것이다. 하루 30분 이상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애플은 KPI로 제안한다. 

셋째 충분한 칼로리 태우기. 무엇을 하던간에, 활동한 것에 대한 기록을 칼로리라는 KPI 로 치환해서 보여준다. 12시간 서있고 30분 운동했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누워있었다면 건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있기, 운동하기, 움직이기. 이 세 가지를 만족시키면 <신체적 건강>이라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가? 그렇다. 

애플워치의 사례를 전략적 대화로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다. 목표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 스스로를 점검하면 좋다. 내가 결론으로 바로 뛰어들고 있지 않은가. 성공은 어떤 모습인가. 그것을 만드는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그 요소들만 지키면 정말 성공이 담보되는가. 다른 요소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구글 검색이 큰 도움이 된다. 위에서 말한 애플 직원들도 처음엔 <3 key factors of being healthy> 같은 검색어에서 시작했을지 모른다. 

이 사고방식은 전략적 대화에서 논리적 견고함을 위해 사용하면 최적이다. 하지만 가끔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기에도 좋은 질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무엇인가. 그 성공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는 무엇인가. 돈인가. 돈이 있으면 정말 성공인가. 그러면 얼마가 있어야 하는가. 혹시 남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은 아닌가. 나는 돈이 있어도 마음 깊이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가족인가. 목표가 있나. 어떤 목표인가. 나만이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있나. 그걸 달성하면 정말 행복하고 의미있는가. 건강인가. 일인가. 

그것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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