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순간


내아그 자식

생각 2020. 3. 30. 12:36



제목이 노골적이지만 일단 적기 시작한다. 이것이 진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딸 규원이가 나를 많이 키웠다. 예전엔 자식 키우는 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본 적이 없다. 어떻게 하는 건지 몰랐다. 그런데 규원이가 태어났다. 부른 배에서 정말 생명이 태어날 줄은 몰랐다. 아내의 배가 영원히 불러있을 것만 같았는데 다시 꺼졌다. 대학까지 나온 사람인데 그걸 몰랐다. 규원이는 사랑을 먹고 쑥쑥 자랐다. 부모의 역할이 뭔지 모르는 사이 쑥쑥 커나갔다. 규원이는 우리가 첫 부모였고 우리는 규원이가 첫 자식이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착시를 겪기도 했다. 모든 여성이 딸로 보였다. 모든 여자가 딸로 보였다는 말이다. 저 할머니는 규원이가 70년 쯤 지났을 때야. 저런 주름이 많이도 생겼네, 아빠 아직 생각나지? 저 아주머니. 우리 규원이가 50년 쯤 더 살면 저렇게 되겠네. 할머니야, 아주머니야, 규원아, 상심하지 마라. 원망하지 말거라. 너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빠의 딸이었는데 너는 기억을 못하더구나. 그러면 규원이가 허공에 대고 이렇게 말한다. 아니야 아빠. 나도 알지. 내아그 자식 키워보니까 아빠 맘 알겠더라. 갓난아기 적에 아빠도 나를 이렇게 쳐다보았겠구나 생각하니까 아빠 맘 알겠더라구. 그래서 자식은 낳아봐야 하나봐. 그치 아빠? 아빠는 그때 없을테니까 지금 대답할게. 맞아. 우리딸, 다 컸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