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우리도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는 것일까요
Business Pitch 에서, 혹은 일상 생활에서도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어필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고려해볼 수 있다: 면접, 자기소개서 작성, 판매, 연인이 되기 위한 프로포즈, 가격흥정, 협상, 부탁, 동기부여, 교육, 컨텐츠 제작, 일기.
공책과 펜을 준비한다. 아래의 질문에 답한다.
첫째, 돌아보건데 내 인생을 바꾼 사람들. 그게 아니라도 굉장히 기억에 남는 사람들. 주욱 적는다. 많이 적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친구, 동료 등. 사람들이 공통적인 점이 있다면 묶기도 하고, 차이점이 있다면 표시한다.
둘째, 나와 관계된 장소들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등교길의 문구점, 독서실 사물함, 헬스장 PT룸 등. 이러한 복기는 시각, 청각, 후각을 촉발할 것이고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사건과 관계들을 떠오르게 할 것이다.
셋째, 내 인생에 상징적 의미를 주는 사물에 대해 적는다. 선물, 상, 책 등 내가 사랑하는 혹은 싫어하는 어떤것들이던 좋다. 사진이나 그림이 있다면 활용한다. 감정을 떠올리는 게 중요하다. 다른것들과 달리 내게 특별한 감정을 주는 것들이 있다. 왜일까 - 그것을 적는다.
넷째, 각각의 단어들 밑에 한 줄 요약을 한다. 중요한 점은 가능하면 실패와 고난을 최대한 중심에 놓는 것이다. 개인이 아니라 회사라면 사람들 대신 직원과 소비자와 거래처를, 장소에 사무실과 공장과 거래처를, 사물에 제품과 서비스를 대입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어떤것들은 너무 사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중 어떤것들은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거기서부터 다듬어가는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개인이 큐레이터이면서 편집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각각의 스토리를 리스트화하고 분류해서 카타로그를 만든다. 언제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도록, 상황 (미팅 마지막, 누군가와 첫인사, 유머가 필요할 때), 목적 (나의 글로벌 경험을 어필할 때, 내가 순박한 시골 출신이라는 것을 어필할 때), 키워드 (비즈니스, 개인만남, 잡담 small talk, 엘리베이터에서) 등에 따라 grouping 분류해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스스로를 글로벌 기업문화와 전략에 대한 전문가로 포지셔닝한다. 효과를 보았기 때문에 종종 사용했던 짤막한 스토리를 공유한다.
내 보물 중 하나는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인조가죽 재질의 서류케이스다. 국내기업에서 서른을 맞았다. 커리어에서 큰 의미를 찾지 못하고 평범한 사무직 직원이 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다. 그때 첫 해외 출장 기회가 있어 미국 시애틀을 가게 되었다. 스타벅스 1호점 뿐 아니라 스타벅스의 창립자 하워드 슐츠 그리고 리더급 실무자들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내 머릿속은 뜨거운 영감으로 가득찼다. 시골 출신으로 타향 살이하던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폭발했고 그 힘으로 여러 글로벌 기업을 거쳐 디렉터 급까지 경험을 확장할 수 있었다. 그때 스타벅스 본사에서 사온 기념품이 서류케이스다. 그걸 볼때마다 아직도 그때 설레임이 느껴지는 듯하다.
시애틀이라는 장소, 서류케이스라는 사물이 글로벌이라는 당시의 욕구를 연결해서 드러내고 있다. 무의미한 일상이라는 난관도 스토리에 들어가 있다. 이 스토리를 접한 사람은 내가 적극적이고 다이나믹한 캐릭터라는 인상을 가질 것이고, 글로벌 경험과 전략에 대한 내 전문성을 수긍할 것이다. 글로벌이라는 말이 주는 편견 때문에 나를 오만하거나 원만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의심할 것을 대비해 나는 시골출신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언급한다. 꽤 괜찮은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마지막에 가서야 이런 일들을 한다. 이야기를 수집하고 분류하는 일 말이다. 스티브 잡스도 암 말기에 와서야 전기 작가를 불러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쓰게 했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는 스토리텔링으로 가득 차 있다.
단지 스토리텔링을 위해서 뿐이 아니다. 우리 인생을 위해서 시간을 내보면 어떨까.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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