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순간



최근 며칠간 지하철 역 근처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한 남성을 마주칩니다.

내가 출근하는 시간인 8시에서 8시 반 사이면 깨나 쌀쌀한 시간인데, 그 이른 시간에 침묵 시위를 하고 계시는 걸 보니
몹시도 중요하게 여기는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그분을 안타깝게 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여러 가지 무서운 생각이 들었는데,
바로 그분이 하고 있는 일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굉장한 공통 분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가 하는 일의 목적이란 이렇다.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일.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일. 그로 인한 어떠한 변화를 고무시키는 일.

그 목적을 위한 수단은 이랬다.
커다란 도화지에 매직펜으로 메시지를 적어 목에 걸고 있다. 사람들이 봐주길 바라며 출근 시간에 서성거린다.

내가 하는 일의 목적이란 이렇다.
사람들에게 내가 맡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메시지를 심는 일. 사람들에게 내 브랜드에 대한 inspiration을 주는 일. 그로 인한 브랜드의 호감을 증대시키고, 제품을 사게 하는 일.

그 목적을 위한 수단이란 이렇다.
사람들이 볼만한 각종 매체 등을 이용해 계속 보게 만든다. 사람들이 봐주길 바라며 돈을 들여 모델에게 광고도 찍게 하고 수억 씩 TV광고를 틀거나 제품 디자인을 예쁘게 하기 위해 돈을 쓰기도 한다.

결국 메시지를 통해 인간의 심리를 touch하는 일, 둘 다 우리는 마케터이다.

그런데 그의 메시지를 통해 감흥을 받기는 커녕, 그 메시지를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글씨 또한 잘 읽히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서 내 머리 속에 지금 남는 키워드는 이렇다. 국정원, 조작, 뇌.
아마 국정원에서 조작을 하고 있고 그것이 우리의 뇌를 세뇌(?)한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가 마케터라면 메시지의 전달방법에 있어 비판받아 마땅하다.

메시지가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차마 앞모습은 찍을 수 없어서 뒷모습만 찍었다]

마케팅은 늘 One word equity라는 것을 강조한다. 소비자든, 청중이든 하나의 개념을 일관성 있고 집중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너무 많은 메시지는 결국 아무 메시지도 아니게 된다. 따라서 그 분은 더 짧게 축약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했고, 부가적인 것은 옆에 게시물을 전시하는 방법 등을 통해 소화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혹시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저 분처럼 노력은 가상하되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면?

이런 생각이 들자 마케팅에 대한 본질을 다시 한번 이해함과 동시에, 내가 하는 일들을 이렇게 본질적으로 진단할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간결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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