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얼마 전부터 가습기를 켜면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나사를 분리해서 다시 조립해보기도 하고, 전체를 씻어보기도 하고, 나중엔 화가 나서 두드려 보기도 했다.
그래서 새 가습기를 알아보던 중, 나는 우연히 방치했던 가습기가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다. 그 다음번에도 마찬가지로 실험을 해봤다. 처음에 3분 정도는 요란한 소리를 냈지만 그 시간만 참으면 조용히 제 기능을 수행했다. 아무래도 모터 쪽이 노후되었거나 아니면 오작동을 하는 것같다. 우리가 '예열'이라고 부르는 작업이 필요하고, 그 궤도만 지나면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내 가습기.
조용히 평화롭게 그리고 의도한 바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을 두고, 나는 얼마나 의심하고 두드리고 열어보고흔들었는지 모른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기 위한 이륙 주행이 필요하듯이, 너무 조바심 낼 필요 없겠다. 궤도에 오르기까지 1만 시간이니 10년이니 말을 하는데, 고작 몇년 끌적거렸다고 평화와 안정을 바랄 수는 없을 듯하다.
일도, 삶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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