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순간



제발 좀 그만해. 그게 뭐길래.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스토리텔링이라니. 글로벌 기업문화는,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 기업문화에 영향을 주는 모문화의 핵심은 말과 토론이다.  

말. <아무말 대잔치> 같은 느낌이 있다. 세련되지 못하다. <토론>은 그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행위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그 행위 중에서도 공통된 주제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해야 토론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수다는 토론이 아니다. 주제의 swing이 극단적이며, 대부분 의견이 아닌 감정을 교환하기 때문이다. 

말과 토론을 근간으로 하는 문화 중 가장 최고로 치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영화감독, 소설가, 유튜브 크리에이터, 극작가, 배우에게만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창작자 즉 producer 에게는 어떤 스토리가 <먹히는> 지에 대한 고민이 가득하다. 널리 퍼지고 살아남는 이야기는 소수다. 대부분의 스토리가 연명에 실패한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말하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목표는 사회를 뒤흔들 만큼의 대박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의 의도는 그게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스토리텔링의 정의와 그 득을 이해하고 일상 생활의 전략적 행동에 사용해보자는 것이다.  기본 요소를 잘 갖춘 스토리텔링은 전략적 의사소통 과정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스토리텔링을 시도하는 사람 자체가 흔치 않다. 스토리텔링하는 것 자체가 이미 전략적으로 보이게 하기도 한다. 

스토리텔링에 대해 언급한 저서나 기사를 읽어보니 그 중요성에 대해서만 늘어놓고 발 빼는 전문가들이 너무도 많다. 스토리텔링은 정말 중요해. 그러니까 잘 해봐 알겠지? 아. 스토리텔링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잘 하는지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쏟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스토리텔링은 수 천년 동안 인류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부처, 예수, 공자가 제자들에게 이야기했던 기록을 보면 스토리텔링이 많다. 성인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유명하고 오래된 이야기들은 모두 독특하고 기억하기 쉬운 스토리를 갖고 있다. 

일화 처럼 아주 짧은 이야기는 기억하기 쉽다. 논리적이지 못하지만 처음엔 왠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러나 청중을 깊이 관여시키지는 못한다. 


뉴턴이 나무아래에서 졸고 있을 때에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의 법칙이 그래서 탄생했다.

A: 압생뜨 마셔볼래? B: 60도짜리 술을? 싫어. A: 야, 이거 반고흐가 귀 자를 때에 마셨던 술이야. B: 그래? 그럼 한 잔만.

이순신이 뭐가 그렇게 대단해? 명량대첩에서 12척 배로 왜군 133척을 물리쳤어. 조정에서 지원을 하나도 못받는 상태였다는구만. 그덕분에 조선이 망하지 않았어.

어머니, 그만해주십쇼. 아인슈타인도 어렸을 때엔 저능아 소리 들었어요. 

낙심하지 마. 에디슨 알지? 전구를 개발하기 위해서 몇 번을 실패했는 줄 알아?

아베가 왜 그러는 줄 알아? 그사람 할아버지가 정한론으로 유명했던 사람이야.  

한일자동펌프? 엄청 유명해. 농사짓는 사람들은 전부 다 이것만 쓰더라. 서수남, 하청일 광고 기억 안나? 30년이 지나도 머리속을 떠나지 않네. 

5중 추돌사고가 크게 나서 3명이나 사망했대. 그런데 볼보에 탔던 일가족은 멍 하나도 안 들었다던데? 

선풍기 끄고 자거라. 방에서 선풍기 켜놓고 자면 산소가 닳아서 죽는다 하더라. 


더 진화된 형태의 이야기도 있다. 줄거리 plot 이 있다. 즉 주인공과 사건이 시간의 순서대로 나열된다는 뜻이다.  

예수가 세례자 요한의 사형 소식을 듣고 혼자 사색 중이었다. 군중이 그를 따라온 것을 보고 예수는 제자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라고 한다. 하지만 빵 5조각과 물고기 2마리가 전부였다. 예수는 5천명의 군중을 50명 내외로 나눠 앉게 한다. 예수는 하늘에 기도 후 빵과 물고기를 제자들에게 주었다. 제자들은 그것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5천명 모두가 배불리 먹고 난 후 제자들이 수거한 바구니 수는 12개나 되었다. 모두 빵이 가득 차 있었다. 4대 복음서 모두에 나오는 스토리다. 

한 화장품 회사가 있었다. 아름다운 피부를 위한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이 회사는 전세계를 돌아다녔지만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사케를 만드는 일꾼의 손을 마주치게 된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피부가 너무 고왔다. 비법은 바로 누룩이었다. 이 재료와 영감에서 출발한 화장품 브랜드가 있다. SK II 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라는 회사를 만들었지만 주주들에 의해 쫓겨난다. 몇년 후 애플이 절체절명의 고비를 맞는다. 다시 스티브 잡스를 부른다. 곧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세기적 발명품으로 애플을 아이코닉한 시대적 기업이자 브랜드로 재기시켰다. 

대도, 의적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조세형이라는 사람이 있다. 부자의 집을 털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감옥에서 나와 목사가 되어 선교활동을 펼쳤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그를 존경했고 개과천선 한 예로 들었다. 그러나 출소 후 좀도둑질을 하다가 현장에서 검거되었다. 80세가 넘은 나이에 감옥 신세를 지고 있다. 

<As you know, about an hour ago we broke for lunch. I saw the bailiff come and take you all as a group to have lunch in the jury room. Then I saw the defense attorney, Mr. Horowitz. He and his client decided to go to lunch together. The judge and court clerk went to lunch. So, I turned to my client, Harold, and said “Why don’t you and I go to lunch together?” We went across the street to that little restaurant and had lunch. (Significant pause.) Ladies and gentlemen, I just had lunch with my client. He has no arms. He has to eat like a dog. Thank you very much.> (번역은 아직 안했습니다) 


스토리텔링의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았다. 


스토리텔링의 요건


스토리텔링의 정의는 놀랍도록 단순하다. story tell.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말이다. 완성도 있는 스토리가 되려면 몇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 스토리텔링 전문가들이 설명한 몇가지 요소들을 춘향전으로 따라가보자. 

  1. 시공간-언제 어디서 일어나는 일인가 (조선시대 남원의 한 마을)  

  2. 등장인물 (성춘향, 이몽룡, 향단이, 변학도 등) 

  3. 줄거리 (성춘향과 이몽룡은 사랑에 빠지지만 과거 준비 때문에 떨어지게 된다. 남원에 변학도가 새로운 사또로 부임하고, 춘향이에게 수청을 들라고 한다.)

  4. 문제와 갈등 (변학도가 춘향이에게 수청을 요구하고, 춘향이는 이를 완강히 거부하며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5. 주제 (1주제 일편단심 사랑. 2주제 권선징악.) 

  6. 전개방식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Freytag’s Pyramid 참고  )


https://en.wikipedia.org/wiki/Dramatic_structure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는 완벽한 스토리의 요소들이다. 이런 복잡한 것은 참고로 알아두었다가 언젠가 필요할 때에 찾아보면 된다. 혹은 자신의 스토리가 이 요소들을 다 포함했는지 체크리스트 용으로 참고하면 된다. 

이 한마디로 정의하자. 스토리는 여러 사건들이 흘러가는 것이다. 여러 개의 사건이 있어야 하고, 그 사건들이 진화하고 발전하며 흘러가야 한다는 소리다. 사건이 하나이거나 흐름이 없다면 스토리라는 말 대신 일화, 또는 에피소드라는 말을 쓰면 된다. 일화는 스토리 중에서도 실제 있었던 짧고 흥미로운 것을 일컫는 말이다. 에피소드란 모여서 더 큰 배열과 스토리의 일부가 되는 부분으로 해프닝, 이벤트이다. 미국드라마를 볼 때 <모던패밀리>라는 큰 스토리가 존재하고 <에피소드>는 그 일부의 챕터가 되는 것과 같다.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인데 스토리 정도의 흐름이 없다면, 그냥 에피소드라고 - 혹은 재밌는 해프닝 - 이라고 운을 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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