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순간


내가 가본 나라

기록/일상 2019. 10. 1. 23:25

내가 가본 나라에 대해서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지금도 이스탄불에 있거니와 나는 이른바 회사돈으로 처음 가본 나라가 많기 때문이다 - 그래, 행운아. 그래서 한번 개인적인 여행과 해외 출장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여행 - 그래, 행운아 - 에 대해 기록을 해본다.

2005. 스페인. 첫 해외여행. 의도가 기억나지 않는다. 왜 스페인이었을까 - 얼마나 설레였을텐데. 바르셀로나, 세비야, 마드리드를 거쳐 프랑스 파리를 배낭여행 형식으로 다녀왔다. 직장에서 매우 신입사원일 때라 상사에게 몇 달 전부터 2주 휴가를 허락받았던 기억. 살이 쏙 빠져서 올 정도로 뽕 뽑으려고 돌아다녔던 기억.

2007. 도쿄. 머리털 나고 첫 출장. 까칠한 보스가 남는 시간에 도쿄와 근교 투어를 시켜줬다. 바에서 조니워커 블루 한잔을 마시고 위스키 입문. 

2008. 하와이. 개인여행 - 신혼.

2008. 도쿄. 출장. 

2009. 미국 시애틀. 출장. 첫 미대륙 여행. 교양이 흐르는 도시. 내 커리어의 기폭제. 나도 한국이 아닌 좀 더 열린 지구촌 일원으로 살고싶다는 열망을 심어주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출장. (그후로 커져갔던 열망, 그리고 그 결과 이직에 도전 - 글로벌 기업 입문). 

2010. 미국 시애틀. 출장. 역시 똑똑해보이고 교양있어 보이는 사람들. 지인 집에서 홈파티. 나도 정원 있는 집 사고 싶다는 생각은 무리였다.

2011. 중국 베이징. 출장. 공기가 너무 탁해서 누가 뭘 태우는 줄 알았는데, 미세먼지의 원조격이었음. 현지인들이 자꾸 내게 길을 물었던 기억. 

2013. 홍콩. 가족. 무지 덥고 습했던 것만 기억난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2014. 싱가포르. 출장. 홍콩보다 조금 더 습했다. 가본 나라 중 가장 심심한 나라 (풍경도, 사람들 표정도, 음식 간도, 볼 것도). 

2015. 일본 후쿠오카. 출장. 

2015. 미국 하와이. 가족. 꽤 오래 지냈다. 거의 기거 - 의도된 백수였다. 

2016. 일본 오키나와. 가족. 평화롭고 따뜻하지만 바람이 불어서 수영은 힘들다. 

2016. 미국 괌. 가족. 

2016. 프랑스 마르세유. 출장. 지인이 소유한 지중해 섬에서 요트를 타며... 후... 

2016. 미국 뉴욕. 출장. 2주 속성반 컬럼비아 MBA. 오예.  

2017. 프랑스 마르세유. 출장. 지인이 소유한 지중해 섬에서 요트를 타니... 하... (지인이 소유한 건 요트가 아니라 섬이다, 요트는 빌렸대)

2017. 영국 런던. 위 출장 후 휴가를 붙여서 개인휴가. 런던은 늘 가고싶었던 꿈의 도시. 세계를 지배하기에 이른 젠틀맨들의 교양에 감탄. 

2017. 프랑스 reims 지역 출장. 농업 소도시가 주는 전원 풍경이 참으로 아름다워서, 고흐가 보고싶어서, 암스테르담을 감.

2017.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위 출장 후 개인휴가. 한때 전세계를 호령했던 도시답게 (동인도회사) 모든것에 열린 자세를 취하는 네덜란드인들에 감탄. 

2017. 스웨덴 스톡홀롬. 출장. (덴마크도 밟고 살짝 지나감). 우월한 기럭지와 외모에, 인류 공동체 의식이 심히 훼손. 전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나라답게, 길에서 키스하는 동성들을 재차 목격 (그런 자유분방함이 - 우리가 사는 동양에 비하면 말이다 - 멋지다고 생각했다). 

2017. 홍콩. 출장. 아무리 더워도 고급호텔에서 밖에 나가지 않으면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다.

2018. 아일랜드 더블린. 출장. 내가 가장 일해보고 싶은 도시는 더블린이다. 정이 많고 재치가 많은 사람들. 다소 우울한 날씨를 커버하고 남는 역사적인 예술가들과 그들의 자긍심 - 그들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 영국인과 정체성이 다를 뿐더러 정치경제적으로도 브랙시트와 상관없이 EU다. 

2018. 영국 런던. 출장. 역시 영국 억양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2018. 프랑스 마르세유. 출장. 지인이 소유한 지중해 섬에서 요트를 타니... 끙... 이제 나도 사고싶다. 카라반 소유자로써 견인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으니 이제 나도 배를 사보자라고 생각했다 - 그이후 진전 없음.

2018. 이탈리아 로마 베니스. 위 출장 후 개인휴가. 이탈리아여, 나는 다시 가족들과 유럽을 간다면 이탈리아다. 모든것이 매력적이었던.

2018. 홍콩. 출장. 이제 왜 갔는지 기억이 안 난다 홍콩은. 

2018. 일본 오키나와. 가족. 두번이면 족하다 오키나와. 가성비 후짐.

2019. 그리스 아테네. 출장. 망해가는 나라에서 오는 우울함이, 역사의 장대함을 이기지 못하였으니... 음식은 전세계 최고. 버터가 없다. 호텔에도 식당에도. 그릭 요거트, 그릭 샐러드... 건강할 뿐더러 양도 인심처럼 푸짐. 관광객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다소 썰렁하다. 고급차는 거의 보이지 않고, 샐로판 테이프로 차를 고쳐 다니는 모습이 다소 안쓰러웠다. 

2019. 터키 이스탄불. 위 출장 후 개인휴가 - 지금이다. 한때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자, 오트만 제국 술탄들의 터전. 도시 전체가 주는 오묘한 느낌은 오직 동서양의 충돌 지점인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그것. 터키 아이스크림 장사꾼처럼, 교활하게 관광객들을 속이는 문화가 다소 충격적이지만 재밌다 - 고로 담이 작은 사람은 비추. 미국 뉴욕 저리가라 할 정도의 굉장히 다양한 인종을 볼 수 있다 - 세계 최고라고 생각. 

 

확실하게 회사 덕에 처음 가본 나라가 많다. 이 경험들이 나를 조금은 더 열린 사고를 갖게 해주었다고 나는 믿는다.

 

이쯤에서 나는 회사복을 타고난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가끔 회사일을 그만두고 싶다가도, 한번씩 출장을 다녀오면 다시 재충전되는 것이 사실이다. 출장 가서 아주 힘들게 하는 게 회사 문화도 아니거니와 - 나는 외국계회사를 다닌다.

 

 “너 하는 일이 뭐니?” 라는 질문을 웃음으로 받으며, 글 맺음. 

 

P.S. 참. 약오르게 하려고 그러는 건 아니고, 우리 회사는 해외 출장 시 비즈니스 클래스를 끊어준다고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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