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순간




마흔 쯤 되었다면 자기가 뭘 말하고 싶은지 분명하게 뽑아낼 수 있다. 아무렴. 
물론 시간을 잘 썼다면. 

내가 이런 말을 한다면 그는 받아칠 수도 있어야 한다,
여전히, 니가 하고싶은 말이 뭐냐.

빙빙 돌리지 않고 쪼옥 압축해내는 깜냥이냐. 그래서 갑자기 심장으로 쑤욱 들이미는 칼날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냐. 
아니면 남들과 다른 개똥철학이냐. 그래서 살아간다는 게 돈이 최고요 아니요 자족이 최고요 그래도 몇 마디 주거니 받거니가 되는 이야기 주머니를 말하는 것이냐. 

그러면 나는 손톱을 물어뜯고 싶어질 예정이다.
 - 내 임종할 때에 누가 묻는다. 그래 한 평생 살아보니 어떻습디까. 
 - 음, 아, 그게...
 - 하고싶은 말이 뭡니까
 - 음, 아, 그건

쿨럭쿨럭 
꽥.

나는 마흔 즈음이라는 화두를 안고서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언지 알아야 하며 그걸 남겨야 한다는 것을. 
'바지 저고리에서 그것이라도 꺼내 수치심을 닦으면 좀 어떨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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