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순간




너무 한참 동안이나 글을 쓰지 않았다. 회사로 가는 지하철에서 허탈함과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무엇이 행복이냐는 물음을 던졌다. 또는 무엇이 성공한 삶이냐고. 대답은 이랬다. 내가 가진 재능을 발휘해서 세상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 구원하는 것. 손길을 내미는 것. 단 몇 명이라도 그들 스스로를 더 값진 존재로 인식하고, 누구나 겪는 어둠에서 앞을 보기 힘든 시간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 닿는 것. 그리고 고민과 성숙의 시간 이후에 깨닫게 된 내가 가진 재능은 글과 연출이었다. 


내가 가야 할 길이 뻔한데 나는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사업도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근 1년을 초점을 잃고 방황했다. 내가 사업을 하려는 마음이 들자, 사업의 목표는 세상 사람들에서부터 멀어졌다.  사업자등록을 하기 시작하니 사업 그 자체의 돈벌이와 확장, 그리고 사람이 바뀌어도 사업핵심이 자동화될 수 있는 시스템과 같은 비즈니스 서적의 내용에 관심이 쏠렸다. 나는 대략적인 재무재표를 세웠고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리치를 확보하고 가입자를 확보하고 그들로부터 돈을 벌 수 있을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나는 이것들이 고귀하지 못한 돈 놀음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게을러졌다. 핵심과 멀어지자 내 안의 뜨거운 것들도 멀어져갔다. 


내가 가야 할 길이 뻔한데 나는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역시나 가장 단순한 핵심을 꼭 붙잡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단단한 사람과 무른 사람을 가르는 기준이다. 가장 단순한 핵심은 때로 자기 자신도 속인다. 그래서 적어 두고, 나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야만 한다. 성찰하고 쓰고 그리고 그 기록들을 자기가 독자가 되어 계속 읽어야 한다. 


너무 한참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펜을 잡거나 자판을 두드리면 내가 행복할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너무 한참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이상하지. 이렇게 쉬운 일인데. 나를 그저 사람들과 일상의 산만함으로부터 떨어뜨리고, 나는 그 공간 속에 내 21세기 형 타자기를 들고 앉으면 되는 것을. 5분만 앉아 있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쓰기 시작할 것을 아는데.


자판을 두드리면 행복할 걸 알면서도, 그게 내가 가야 할 길인 걸 잘 아는데도 나는 너무 한참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나는 잠시 잊었다. 잠시 게으름을 피웠다.  


2014년 4월 15일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