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순간



4월 29일 목요일 연세대백주년기념관에서 스타벅스 커피 컴퍼니의 CEO인 하워드 슐츠 회장의 강연회가 열렸다. PR을 극도로 자제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이번 Aisa trip의 목적 때문이다. 이번 출장은 Starbucks와 관련한 Business trip이기 보다는 신간 Onward에 대한 홍보에 초점을 두었다는 이야기이다. 

그가 한 이야기를 여기에 모두 다 옮겨적을 수는 없다. 게중엔 다소 지겨운 얘기도 있었고, 맞는 말이지만 내겐 대단할 게 없는 말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별볼일 없는 말이지만 감동적으로 느꼈던 몇 마디에 대해 기록하려 한다. 

슐츠 강연에 대한 요약이 아니라, 내가 느낀 감흥에 대해 기록으로 남기는 것 뿐이다.



1. Presence

필드림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블로거인 이정희 님은 그의 저서 <한권으로 끝내는 뉴욕취업>에서, 글로벌 인재로 살아남기 위한 여러가지 요소 중 Presence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아우라"나 "에너지"라는 말과 비슷한 이 단어는 보다 점잖은 자리에서 쓸 수 없는 이 두단어를 보기 좋게 대체할 수 있는 품격있는 단어이다.

사실 나는 이런 개념을 무척이나 신봉한다. 뭐든지 말로 풀어쓰려는 까막눈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Presence라는 직감은 한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 진화한 모든 자기방어와 생존의 DNA를 한 순간으로 요약한 개념이다.

*Presence: 풍채, 인격 등의 뜻-


하워드 슐츠는 대단한 Presence를 소유한 사람이었다.

그는 컴컴한 청중에 조명을 밝혀 자신이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는, 청중 한 사람 한 사람을 꿰뚫어 보듯이 시간을 리드해갔다. 그 눈빛이란! 더군다나 그는 10조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를 일궈낸 주인공이었다. 그는 이 세상의 수많은 월급쟁이 사장들의 위에 선 사람이었다.

기업한다는 것, 안철수 선생의 말대로, 업을 일으킨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스타벅스로 인해 세상은 커피에 눈 떴고, 새로운 문화가 생겨났다. 세상을 깨나 다르게 바꾸어버린 그 사람이 하워드 슐츠였다.

강연을 마치고 자리에 앉는 슐츠




이 전 글에서도 말한 적이 있지만 누군가로부터 영감을 받는 일은 굉장히 설레고 흥분되고 고무적인 일이다. [생각] - 경험이 어떻게 마음의 그릇을 키우는가. 하워드 슐츠는 자세부터 눈빛, 그리고 자신감과 그간의 행보까지 확고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임이 확실했다. 그런 그를 직접 만나고 육성을 듣고, 눈을 마주친다는 일은 굉장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이었다. 내 앞에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그가 했듯이, 나 역시 세상에 긍정적인 에너지와 문화를 창출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낄 수 있으니. 눈빛 교환-일부러 영감을 찾아 나서는 일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하워드의 Presence는 충분히 크고 빛났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가끔 거울을 보며, 혹은 나를 보는 사람들의 눈빛을 보며 나의 Presence를 점검하고 키워가는 일이지 싶다.

그런 Presence는 연극이나 훈련에서 나온다기 보다는 내면에서 나오는 것임을 나는 신봉한다. 그의 꿈이 얼마나 단단하며 그 꿈을 버티고 있는 두 다리에 얼마나 탱탱한 근육이 붙어있는가-가 바로 Presence로 표현될 것이라 믿는다.

 

2. 업을 일으키는 일

흔히 말하는 월급사장 보다 하워드 슐츠의 말은 훨씬 더 힘이 실렸다. 

그는 그가 쓴 책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는 스타벅스의 위대함을 홍보하지 않았다. 그저 무덤덤해 보였다.
그는 기업(Entrepreneur)한다는 것에 대해 말했다. 
기업가 정신에 대해, 도전하는 것에 대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말했다.

세상을 바꿀만한 꿈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벽을 뛰어넘은 사람은 혹은 기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입에 낼 수 없는 주제였다. 

3. 내가 적은 그의 어록

Returning to entrepreneur DNA. 

회사가 커가면서 처음 기업할 때의 마음가짐과 핵심 가치에서 점점 멀어지게 돼있다고 한다. 그럴 때일수록 기업가 DNA로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내가 왜 여기 있는가?", "사람들에게 어떠한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가", "고객에게 이 회사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와 같은 DNA이다. 처음 기업을 일으킬 때의 마음 가짐의 중요성은 삶의 초심, 직장생활의 초심, 뭔가를 배울 때의 초심, 사랑할 때의 초심, 어떤 존재이건 그 존재에 대한 투신의 초심으로 끊임 없이 치환이 가능하다. 

우리 자신이 나태해질 때에 물리적 DNA, 메타포적 DNA를 찾아가자.

To entrepreneurer, a quriosity to see around corner is very important. Opportunities that other people don't see.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는 선언적 문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바로 저 너머, 바로 골목 귀퉁이를 돌아가면 뭐가 있을지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영어로는 받아적지 못했지만 단순히 이런 기회들을 보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쫓아가 보는 일, 즉시 행동하는 도전정신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요새 내 마음에 특히나 와닿는 말들이다. 세상을 바꾼 많은 기업가들이 말하는 것은 주로 "도전", 지금 즉시 해보는 행동의 연장선인 듯하다. 

50층 100층의 고층 빌딩을 짓기 위해서는 그만큼 깊고 튼튼한 기본이 필요하다

이처럼, 기업을 함에 있어서도 기본이 닦여 있지 않다면 절대로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다. 스타벅스는 계속된 성공 앞에서 자만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었고, 최근 18개월 이상 계속해서 "기본기", "기본가치"를 세우는 작업에 집중했다고 한다. 슐츠 그 자신은 그 기본기가 어느 정도 다져졌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 역시 무한 확장이 가능한 명문장이다. 튼튼한 청춘을 보내지 않고서는 내적, 외적, 관계적 성취를 이룰 수 없으리라 확신한다. 


4. 기타


그의 말을 나중에 다시 곱씹어보기 위해 아이폰으로 녹음을 하였으나, 50분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재생도 안되고 동기화도 되지 않는다. 그저 마음 속에서만 담아두라는 누군가의 계시겠지,라며 넘긴다.

들어서는 길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뽑힌 듯한 미남미녀 바리스타들이 갓 내린 아메리카노를 무료 서빙했고, 그 아로마는 입장하는 청중들에게 이미 마음의 문을 열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브랜드란 이렇게 해야지, 암, 생각하게 되었다. 몇몇 PR대행사와 스타벅스 코리아 관계자 외에도 VIP석에는 Presence가 넘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부르는 것은 바로 그 긍정의 에너지이다. 하워드 슐츠의 Presence는 또 이렇게 매력 넘치는 Presence 소유자들을 불러 모으는 구나 생각이 들었다.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하워드 슐츠의 수행원 자격으로 온 4명의 전문가 집단 역시 눈에 띄었다. 그들의 프로필 역시 화려하기 그지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남들은 지나쳤을 그들의 눈빛을 마음 깊이 담아 두었다.

카페베네의 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어느 여대생의 질문에 대한 기지도 빛났다.
"삼성이 훌륭한 회사인가? 애플이 훌륭한 회사인가? 그들은 그 업계에서 가장 큰 회사들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들과의 관계가 얼만큼 끈끈하고 깊은가이지 숫자가 아니다."

배유정의 동시통역 솜씨와 정통 영어 발음은 아주 유창했다. 미모도 매력적이었다. 

스타벅스가십이라는 카페의 주인장이라는 여자분께서 곤란한 매너와 언행으로 장내를 무척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진행상 제자할 수는 없었고 단지 매우 곤란하고 안타까웠을 뿐이다.

VIP석을 마련해줘 바로 5미터도 안되는 공간에서 그를 만나게 해준 하워드 슐츠에게 감사한다. (아, 이건 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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