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순간



나는 젊은이들에게 많은 것을 경험해보라고 권유한다. (나 역시 젊은이이기에 나 스스로에게 권유하는 의미에서다)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도 대부분 젊었을 때에 많은 경험을 해보길 장려한다. 경험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한 가지 이유를 대자면 이렇다.

경험을 통해 내 그릇을 가늠해볼 수 있다. 그리고 훌륭한 경험은 영감을 통해 그릇의 크기를 키운다



"아, 내가 매콤한 걸 좋아하는구나"라는 경험을 하고 스스로 인식해야 그 다음부터는 싱거운 음식을 시켜서 후회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아, 내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좋아하는구나"라는 인식을 해야 내가 평생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고민할 때에 참고가 될 수 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알려면, 사람들 앞에 많이 서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기회든 나쁜 기회든, 내키든 때로는 내키지 않던 간에 우선 도전적으로 해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정말 가치 있는 경험이다. 그러나 그 경험으로 위축되거나 기분이 나빴다거나 혹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더라도, 다음 의사결정 때에 여러분의 생각에 자동으로 반영되어 보다 나은 결정을 하도록 도와줄 것이므로 이 역시 가치 있는 경험이다.


나 역시 점심시간 즈음을 살고 있는 (예전에 제가 쓴 글 [생각] - 오늘의 의미
를 참고 삼아 읽어보세요) 젊은이로서 다가 오는 경험을 마다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정말 내키지 않을 때에는 물론 하지 않기로 '선택'한다 -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지 않기로 당당하게 결정하고 선택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부터는 내 경험담이다.

경험이 어떻게 마음의 그릇을 키우는가.


1. 성취한 사람을 만나는 경험

연예인들이 백혈병 어린이를 찾아가 선물도 주고 밥도 먹는다. 그리고는 어린이가 빠르게 회복한다. 영화나 다큐에서 종종 들을 만한 스토리다.


성취한 사람, 경외하는 사람, 뭔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실제로 만나본 일이 있는가.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나 하워드 슐츠를 보자. 그들은 세계를 변화시킨 대단한 사람들이다. 누구나 잘 알 수 있다. 사람들은 그가 실존한다는 걸 알기는 하지만 느끼지는 못한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처럼 가공된 사람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런데 어느날 스티브 잡스가 여의나루 역에서 청바지에 검은색 목 폴라티를 입고 헬쓱한 모습으로 비서들과 함께 지나가는 모습을 봤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스티브 잡스와 당신이 눈을 마주쳤다.


당신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무살의 당신이 스티브 잡스를 만났다면 당신은 스티브 잡스처럼 훌륭하게 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몇 백배 몇 천배는 높다고 말하고 싶다. 그 근거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느껴지는 아우라, 기, 에너지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걸 증명하는 일은 다른 누군가에게 맡기겠다.

다만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라 하나의 스파크라고 받아들이면 어떨까 한다.
그 스파크는 inspiration 영감이다. 영감이라는 것은 이성적으로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다.

즉, 예상하지 못한 상상속의 인물을 현실에서 만났을 때 "영감"은 폭발한다. 그러므로 그 영감의 기회를 계속 얻기 위해 유명한 사람을 많이 "접촉"하기 바란다. 상상속의 인물이라 해서 꼭 '유명인'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 탄탄한 몸집과 예사롭지 않은 프로레슬러를 실제로 만난다면, 그가 유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만약 여러분이 누군가를 만나서 정신적 충격에 빠진 경험이 없다면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을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이렇게 작은 한국이란 나라의 연예인을 보고 틀림 없이 가슴 설레고 집에 가서도 자꾸 떠올릴 당신이고 나다. 하물며 그러할 진데...


2. 내가 경험했던 영감 inspiration

스무살 때에 나는 작가 장정일에 깊이 빠져있었다. 그런데 마을버스를 타고 신촌을 지나가다가 나는 장정일이 특유의 찡그린 표정과 동작으로 혼자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영감으로 인해 나는 책을 읽는 일, 그리고 책을 쓰는 일에 깊이 집중하게 되었다. 대학 때 희곡을 쓰고, 소설을 쓰고, 서른 살이 넘어서 낙서장 같지만 단행본을 출간한 것도 다 그 때의 영감이 바탕이 되었고, the moment 그 순간은 바로 어제의 일처럼 내게 생생하다. 눈을 마주친 것도 아니고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나는 버스 안에서 그가 걷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을 뿐이었다.

고등학교 때 나는 이외수 작가의 책을 많이 읽었다. 나는 이외수 작가가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는 점에서 기인이면서도 현대인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외수 작가와 비슷한 동네에 살았고 버스 정류장에서 한복과 긴 머리를 한 이외수 작가를 본 일이 있는데, 작은 누나와 나는 '거지인가 보다'며 귓속말을 한 기억이 있다. 나중에 그가 이외수 작가임을 알았을 때에 그 영감은 십년도 더 된 그 순간에서 벗어나 바로 어제와 같은 영감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또 기인처럼 행세를 많이 했다.

파울로 코엘료라는 세계적인 작가가 있는데 주로 정신세계와 깨달음으로 가는 길에 대한 문학 작품이 많다. 작년에 나는 트위터로 그와 대화에 성공했고 친히 내게 답장도 해주었다. 우리는 대화를 나누었다. 세계적으로 수백만 부가 팔린 작가, 한국에는 와보지도 않은 작가와 대화라니. 그는 내게 실존이 되어 다시 태어났고, 나는 그 해에 그 영감으로 에너지를 얻어 바쁜 주말을 쪼개 글을 쓰면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세계 각 국의 global partner. 지금의 global brand와 관련한 marketing 업무를 맡기 전에 내가 실제로 아는 외국인은 유럽출신인 매형, 유럽여행 가서 만나 호스텔에서 맥주를 마셨던 몇 명의 서양인이 전부였다. 그 후로 지금의 일을 하면서 홍콩인, 일본인, 독일인, 미국인, 중국인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고 또 미팅을 하게 되었다. 적어도 일본인은 내게 상상속의 사람이 아니다. 또한 이 사람들은 글로벌한 브랜드로 묶여 있고, 내게 '브랜드'가 교과서에 존재하지 않음을 경험하게 해주기 때문에 역시 영감의 대상이다. 얼마전 쓴 글, [마케팅.Entrepreneur] - 내게 온 일본 지진의 아주 작은 영향 처럼 이 나라들에서 일어나는 일은, 남의 일이 아니라 내게도 연결된 일이 된다.

세상이 나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게 아니라 나와도 끈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면, 작은 영감들이 공기방울처럼 솓아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하워드 슐츠의 친필 사인이 담긴 책을 받았다. 볼펜 똥으로 얼룩이 질만큼 선명한 그 사인을 보며 내가 무슨 마음이었겠는지 상상해주시길 바란다.

신촌에서 혼자 자취할 때에 나는 윤동주 시인이 곧잘 산책했다는 길을 일부러 걸어다녔다. 윤동주 시인이 마포나루까지 산책하던 길이라고 생각하니 무수한 영감이 솓아 났다. 그 길목엔 김수영 시인의 집도 있었다. [육림공원 원숭이.단행본/육림공원 원숭이 (1995)] - 홍익대학교

해외 유명 블로거들이나 트위터 계정에서 유명한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블로그에 댓글을 달면 내게 답이 전해오고, 트위터로 이야기를 걸면 항상은 아니지만 피드백이 오기도 한다. 국내의 유명인들도 마찬가지다. 여준영님 (@yeojy)의 경우엔 예전부터 글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사업가인데, 최근엔 나를 개인적인 twit-friend라는 트위터 리스트에 추가해주셨다. 시골의사 박경철님, 트위터에서 유명하신 고영혁님, 독설 고기자님, 이여영님, 조성문님 등 약 삼십여 명이 속해 있는 리스트에 내가 속했다는 게 정말 기뻤다. 내겐 상당히 큰 영감을 주었다.


영감은 다른 것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이런 경험들로부터 올 때에 가장 확실하다. 이런 영감과 연결의 끈들을 나는 이렇게 부르고 싶다. "발전", "그릇의 크기"를 늘리는 일.


3. 경험과 마음 그릇의 크기


내가 일본사람을 친구로 두기 전에 난 일본을 싫어 했다. 어쩌면 지진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택시 기사에 대해 나쁜 말들을 하고 다녔다. 친구 아버지가 택시 기사라는 걸 알고 난 뒤부터 나는 다시는, 누구에게도 택시 기사에 대해 험담을 하지 않고 그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강남에서 자란 친구를 두기 전에 난 강남에서 교육 받은 젊은이들을 무척 피했다. 좋은 조건에서 부유하게 자라면서 이기적이고, 자만에 넘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이 대학을 안 나오면 수준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물론 말은 그렇게 하고 다니지 않았지만 생각은 그랬다. 지금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은 고등학교만 나왔는데 이보다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보기 힘들다.

이런 경험들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도 누구를 미워하거나 혹은 누군가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편협하고 작은 마음의 그릇을 지닌 채 말이다.

4. 경험과 마음 그릇의 너비


군대에서 9박10일 훈련동안 산에서 산적이 있는데 이도 못닦고 세수도 못했다. 그 다음부터는 조금 불편한 게 있어도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세일즈 시절에 고객으로부터 심한 모욕을 몇번 겪은후로는 그걸 대처하는 마음의 스킬을 몸으로 익혔다. 이런 예들은 누구나 많이 사례를 말할수 있을 것이다. 그 사례들을 종이에 적어두고 틈틈이 읽어두면 현실에서 순항할 수 있는 돛과 영감이 된다.


누군가를 안다는 건 그 사람의 세계와 연결이 되었다는 의미다. '근거 없는 편견' 너머에 더 큰 마음의 접시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당장 달려가서 만나보고 그 세계와 연결되어야 한다. 

무작정 많은 경험보다는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경험에 집중하면 어떨까 싶다. 자기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그 분야의 저명한 사람과 어떻게든 '연결'되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경험을 성취하길 바란다. 만약 여러분에게 꿈이 없다면, 각 분야의 저명한 사람들과 끊임없이 link하길 바란다. 누군가는 여러분에게 망치로 때리는 것같은 거대한 영감을 줄 것이고, 여러분은 그 순간 꿈을, 혹은 더 큰 꿈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블로그 오른편에 있는 제가 좋아하는 링크도 한번 씩 가보신다면 좋은 영감의 원천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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