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순간



책을 읽다가 죽음에 대한 정의가 나와, 짧게,
나는 살아있는지를 실증해본다. 재미삼아 시작하지만 끝내고 나니 무척 마음이 무거워서 기록한다.


Havard Criteria

의사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정하는 기준으로 하버드 메디컬 스쿨에서 1960년대 말에 만들어졌다.
'죽음'이라는 상태는 다음과 같은 기준에 의해 판단한다고 한다.

1.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다
2. 심부반사 deep reflex가 없다
3. 자발적 운동 내지 호흡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4. 뇌의 활동이 없다



1.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다.

얼마전 쓴 글 [생각] - 신난 강아지처럼 살고 싶다 에서도 잠깐 언급을 했는데,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건방진 생각을 하는 이유는 '더 이상 신날 게 없다'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백살을 먹은 것도 아닌데 기껏 반 세기도 안 살았으면서 자기가 다 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참으로 많다. 실제로 그 분들의 지식과 연륜의 깊이를 나는 알 수 없으나, 다만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매우 둔감하여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슬픔과 고통에 대한 무던함이라면, 욕심으로부터의 초연함이라면 존경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기쁘고 감사하고 신기해야 할 이 세상 모든 신비에 대해 시큰둥하다면, 마음의 병을 얻은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첫번째 기준에서 나는 죽지 않았다, 감사..
 
 2. 심부반사 deep reflex가 없다


심부반사 [ deep reflex, Tïefenreflex, 深部反射 ]심부반사는 척수반사의 신장반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골격근을 신장하면 근방추(筋紡錘)가 흥분하고 그것으로부터 발하는 구심성(求心性)자극은 척수로 전도되어 즉시 그의 근(筋)의 운동뉴론으로 전달되어 신장된 근이 수축하는 것에 의하여 일어난다. 심부반사는 임상적으로는 건반사(腱反射)라든가 골막반사(骨膜反射)라고 부르고 있는 것으로, 그의 대표예로서 슬개건반사(膝蓋腱反射)나 요골반사(橈骨反射)가 있다. 심부반사의 항진(亢進)은 중추신경장애, 저하 또는 소실(消失)은 말초신경장애를 나타낸다.

즉, 의식과는 직접적인 관계없이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근육운동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슬개건 반사가 있다. (무릎 윗 부분의 대퇴부 근육을 치면 자동으로 하박이 올라오는 반응)

두번 째 기준으로 보았을 때에, 나는 살아 있다.
나는 짐작한다.
벌써 첫번째 기준에서는 죽어 있으나 두번째 기준에서만 살아있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3. 자발적 운동 내지 호흡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운동하고 호흡하려는 노력이 충분하므로 세번 째 기준에서도 나는 살아있음이 증명된다.

여기서 장난 삼아 이렇게 말을 바꾼다면 어떨까,
자발적으로 심신을 수양 내지 발전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이 기준에서도 나는 살아 있는가?

일단, 의식은 하고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뇌사상태 내지는 살아있는 상태라고 보자.
죽지는 않았으므로 일단 
감사.


4. 뇌의 활동이 없다

이 기준에서 보자면 나는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적어도 뇌의 활동을, 더 나아지고자  하는 의식활동이라고 했을 때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지 않고
"함께" 살아있길 바란다. 

나는 살아있긴 하다. (찜찜함은 가시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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